자기배려 4

자기배려와 우정

자기배려와 우정 며칠 전 나는 옛 친구와 만나 점심을 같이 했다. 나로선 오랜만의 해후였다. 사오년 만에 본 친구의 얼굴은 부쩍 나이 들어 보였다. 살아갈수록 삶은 펴지는 것이 아니라, 더 고단하고 쓸쓸해지는 것 같았다. 뻔한 이야기들이 오고 갔다. 회사생활, 가족들 사는 모습, 취미생활, 노후 걱정 같은 것들. 그런 이야기가 오고 가던 중에 그의 입에서 또 다른 친구들의 근황이 흘러 나왔다. 어떤 친구들은 파산 이후 몇 년째 도망 다니고 있었고, 어떤 친구들은 병으로 심하게 고통스러웠으며, 또 어떤 친구들은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다. 이어서 자신도 부인과 헤어지고 혼자 산지 오래되었다고 덧붙였다. 순간 가슴이 답답해졌다. 친구들의 삶은 왜 그렇게 백전백패뿐인가. 볼테르가 말하길 “불운도 홀로 겪지..

2012.05.14

미셸푸코 - 왜 권력을 연구하는가 : 주체의 문제

- 미셸 푸코 / 정일준 무엇보다도 먼저 나는 지난 20여년동안 쓰여진 내 저작이 목표하는 바가 무엇이었나를 말하고자 한다. 그것은 권력의 현상들을 분석하거나, 혹은 그러한 분석의 기초를 정교화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나의 목적은 우리 문화에서 인간이 주체로 되는 방식인, 상이한 양식들의 역사를 창조하는 데 있었다. 내 저작은 인간을 주체로 변형시키는 대상화의 세가지 양식(three modes of objectification)을 다루어 왔다. 첫 번째는 스스로에게 과학의 지위를 부여하고자 하는 질문양식이다. 일반문법(grammaire gênerale), 철학, 그리고 언어학에서, 말하는 주체를 대상화시키는 것이 그 예이다. 이 양식의 또다른 예로서, 생산주체, 즉 노동하는 주체를 부와 경제학..

씨앗문장 2012.04.30

앎과 향연

에서 ‘곰’(정말 곰처럼 우직하지요)이라는 친구랑 와 를 하고 있지요. 서로 약속하기를 시즌이 하나 끝나거나, 중요 텍스트가 하나 끝나면 조그만 에세이를 쓰고 남겨두자고 해서 순수하게 우리들끼리 보기 위해 한 편씩 쓰고 있었지요. 그런데 그걸 라는 웹진에서 이라는 이름으로 연재하자고 하더군요, 그럴 역량은 아니여서 좀 주저했지만, 공부한다고 생각하고 지난주부터 곰이랑 제가 돌아가면서 연재하기 시작했습니다. 인터뷰 : http://suyunomo.net/?p=9936 연재 1회 : 소크라테스, 무지한 스승(최진호) http://suyunomo.net/?p=9875 연재 2회 : 자기배려와 철학(강민혁) http://suyunomo.net/?p=9876 인터뷰에서도 말했지만, 그리스 로마 세미나는 원래 ‘푸..

2012.04.25

자기배려와 철학

자기배려와 철학 오늘도 우리는 살아간다. 아침에 일어나고, 밥을 먹고, 일터에 가고, 저녁에 잔다. 아마 내일도 우리는 그렇게 살아 갈 것이다. 여기에 별달리 덧붙일 말은 없다. 분명 우리는 살아가고 있는 게 틀림없지 싶다. 이것은 9회말 2사후에 뜬 볼인 양 싱거운 일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처럼 분명하고 당연한 일인데도 종이에 써놓고 보면, ‘산다는 것’이 참 낯선 일로 다가온다. 공중에 덩그러니 떠 있는 볼만 찍어 놓은 사진처럼 말이다. 이런 단어가 사전에 있기라도 하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빤하다고 생각하는 그런 것들이 오히려 이상한 경우이다. 그것은 아마도 밥을 먹고, 일터에 가고, 아침, 저녁으로 일어나고 잔다는 것만으로는 ‘산다는 것’을 충분히 설명하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

2012.03.28